2-2. 영어 사교육 시장 (3) - 보습학원에서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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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영어 사교육 시장 (3) - 보습학원에서 강의

호호북스 0 637 2 0
학원 장사로 많은 돈을 버는 가족 보습학원에서 강의 - 학구열이 높은 동네에서...

어학원을 그만두고 학구열이 높은 동네에서 보습학원식 영어학원에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강의를 시작할 때, 저보고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 수업해야 하는데 괜찮겠냐고 그래서 성인대상 어학원 수업과 다르겠다 싶고 다양한 수업을 하고 싶어 좋다고 했습니다. 

이 어학원에서 제가 하는 수업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위주였고, 고등학생이 된 학생은 과외식으로 수업을 하면 되는 거였습니다. 

그 학원에 있던 원어민 영어강사 한 명은 늘 지쳐보였는데, 이유는 형식적으로 모든 수업에 한인 강사 전에 10분 정도씩 투입돼 수업을 하는 식으로 모든 학생들에게 "원어민 맛보기"를 제공해주는 정도의 역할을 하느라 쉼없이 강의가 빡빡하게 잡혀있기 때문이더라고요. 학원측에서는 부모님에게 홍보할 때도 그렇고, 이렇게 진행하는게 겉보기엔 괜찮아 보였습니다. 물론 그 원어민 강사는 매우 힘들어했지만요.

이 학원에서 특이한 건, 영어 전문 학원이었는데 아이들은 수학책까지 들고 다닌다는 거였습니다. 나중에 알게됐는데 이 학원의 원장의 부인이 수학학원을 바로 옆건물에 운영했고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영어학원을 다니면서 수학학원까지 세트로 등록하거나 하면 할인을 해주는 등으로 학원생 수를 늘려왔더라고요. 

거기에다가 옆에 커다란 유치원이 하나 있는데 그 유치원은 수학학원 원장의 친언니가 운영하고 있어서 그 유치원에 가서 이 영어와 수학학원 홍보를 하거나 유치원 아이들을 이 학원으로 데리고 와서 10분 정도 영어 수업을 하거나 하는 식으로 말그대로 가족적으로 운영되는 학원이었습니다. 

이렇게 보니 이 학원의 운영 방식 자체가 영어를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기 보다는 일단 아이들을 각종 학원에 돌리기 좋은 구조로 되어 있어 인기가 많아 보였습니다.

맞벌이 하시는 부부입장에서는 저학년 아이들이 걱정될테니 학원 버스를 학교 앞으로 시간 맞춰 보내 학교을 파하고 집에 갈 아이들을 집 대신 학원 옆 유치원으로 데려갑니다. 그리고 그 유치원에서 밥을 먹이고, 학원 돌리기를 시작합니다. 영어학원 끝나면 수학학원으로, 또는 수학학원 끝나면 영어학원으로... 그러면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도 어느덧 어둑어둑해지는 초저녁 부모님 퇴근 시간에 맞춰 두 학원을 마치게 되고 학원차로 집에 가게 됩니다. 

이건 학원에서 뭔가를 배우는 것보다 오히려 아이 하원 도우미 + 돌봄 서비스와 비슷했고 아이들이 대부분 이런 생활이나 학습량에 익숙해져서 고분고분 지루할 수업을 잘 따랐던 기억이 납니다. 


충격적이었던 건 초등학교 2학년짜리 예쁘장한 여자아이 입에서 "선생님 저 자살하고 싶어요. 학원 끝나고 집에 가면 또 새벽까지 과외수업하고 숙제하고 너무 피곤해요." 라는 말이 나왔을 때 였습니다. 너무 놀라 부모님께 전화를 했는데 "애가 나약해서 그래요" 라는 답변을 하셔서 정말 충격을 받은 기억이 납니다. 


조금 학구열이 떨어지는 동네 보습학원에서 3년 강의

첫 번째 보습 학원에서 갑자기 원장님이 그만두고는 원장의 조카를 원장으로 앉혔습니다. 재수학원에서 강의하다가 이 학원의 원장으로 새로 오게 된 이분과 몇 주 일을 하다가 도저히 학원의 미래가 보이지 않아 그만두고 타지역의 보습학원에서 3년이란 세월을 강의했습니다. 

이곳은 처음 보습학원이 있던 지역보다 학구열이 조금 떨어지는 동네였는데 이 학원의 원장은 소위 말하는 스파르타식 학원 출신으로, 애들을 엄청 잡으며 강의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영수 학원이었는데 원장도 영어 강의를 했고 주로 단어를 하루 100개씩 외우고 단어시험장에 시험을 봐서 통과가 되지 않으면 집에 보내지 않는다든지 말 안 듣는 애들은 엄청 때린다든지 하는 식으로 무섭기 하는 걸로 학부모님들이 좋아했습니다. 

요새는 이런게 통하지 않겠지만 몇 년 전에는 그게 또 사람들에게 어필하고 그랬거든요. 저는 거기에서 중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수업했는데, 원장이 좋은게, 애들에게는 호랑이처럼 무서웠지만 제멋대로인 저에게는 마음껏 수업하도록 자유를 주고 강의교재도 제가 선택하거나 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여기에서 저는 점점 제 강의실에 쌓여가는 애들을 두고 강의 실험을 이것저것 하며 아이들에게 최적의 영어 학습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연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성과를 얻은 것들도 많았는데, 첫 번째는 반복 강의와 아이들 스스로 하는 것의 효과, 그리고 두 번째는 아이들과 교감하며 영어라는 언어가 담긴 것에 흥미를 갖게 하는 것에서 오는 효과였습니다. (이 부분은 다시 정리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학원에서 강의할 때 제가 정말 절감하고 학원이라는 것에 회의를 가지게 된 일이 두 가지 있습니다. 우선 원장이 제게 떠맡긴 고등학교 아이 두 명과 수업을 하는데 둘 다 거짓말 안 하고 영어 단어 boy 도 몰랐습니다. 한 명은 고 1, 나머지 하나는 고 3으로 대입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충격적인건 이 학원에 오기 전에 두 녀석 모두 종합학원을 계속해서 다니고 있었다는 겁니다. 십년을 학교와 학원에서 영어 수업을 들어왔는데 10대 후반의 나이에 boy 라는 단어를 읽을 수도 없다는 점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또, 이 학원에는 학원을 다닐 필요 없는 천재같은 녀석도 있었습니다. 모 의대에 다니고 있는 앤데, 정말 머리 회전이 놀랍게 빠르고 기억력도 워낙에 좋아서 티비를 보면서 단어를 외우고 다음날 단어 시험을 봐도 다 맞추는 아이였고, 그 동생도 학원에 다니는데 정말 무섭게 똑똑했지요. 

결론은 이 녀석들 모두 학원이 필요없는 상황이었다는 겁니다. 학원을 10년 넘게 다녀도 boy 라는 단어를 읽을 줄도 모르는 애들이나, 학원에는 왜 다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천재 소년들이나 이 아이들은 모두 학원이 필요 없는데 그냥 남들 다니니까 다니는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이런저런 학원에서 강의를 해보면서 느낀건 할 애들은 안 시켜도 하고, 안 할 애들은 때리고 뭘 해도 안 한다는 겁니다. 다만, 제가 이런저런 실험을 할 때 제가 하라는 대로 잘 따라서 반복한 애들은 모의고사에서 좋은 성적도 내고 했지만요.

그런데 학원에서 모의고사 이외에 내신성적을 대비해줄 때는 시험범위내 교과서 지문을 반복해 외우게 시키고 수없이 많은 문제를 풀게해 최대한 실수를 줄이게끔 하는 정도로 닥달하는 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씁쓸했습니다. 쓸데없는 문제를 반복해 풀게하고 답 맞춰주고 외우라 하고...제가 가졌던 교육철학에 반하는 수업을 해야 했습다.
 

이 두 학원 말고도 단과식 학원이라는 이름을 달고 하는 건 똑같은 보습학원, 타 보습학원에서 고3 수능특강 특강을 하는 등으로, 저는 2013년까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를 가르치는 다양한 지역의 각종 보습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아이들이 어떻게, 무얼 배우는가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알게된 건, 아이들이 스스로 의지로 한다면 좋은 결과를 내겠고 아이들이 아무리 그래도 안 하면 그 좋은 결과를 내기 힘들다는 거였습니다. 학원 강의를 하는 제 입장에서는 그저 하루 한 두시간 아이들 돌보미의 역할을 하는 그 이상을 하지 못하는 듯 싶었지요. 

아이들은 공부하고자 하는 아이든 하기 싫어 몸을 뒤트는 아이든 학과 점수나 궁극적으로 대입을 위한 수능 점수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기를 원합니다. 그러니 하고 싶든 아니든 불안해 하며 학원엘 다니고 그래야 중간고사나 기말고사가 끝나고 생각만큼 점수가 나오지 않으면, 또는 옆 학원에서 학원생 모으기 행사의 일원으로 문화상품권을 10만원어치 준다 이러면 학원이 잘 못가르친다라는 핑계를 대며 학원을 그만둘 수 있었습니다. 

일단 그 점수를 위해 다니는 학원, 그리고 그 점수만을 목표로 하는 영어라는 과목에의 접근 방식 자체가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영어 싫어요" 가 입에 붙었고, 국제 공통 언어인 영어를 포기했다는 말을 농담처럼 하면서 웃고 하게 되는 거겠죠. 

그 점수라는게 얼마나 무의미 하냐면 그 점수를 받게 하기 위해 시험 전날 외우고 또 외우고 빈칸을 채우게 하고 달달달 외우고 타학교 기출문제를 풀게 해서 아이들이 질려버리게 하고 결국 시험을 보면 점수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영어 실력이 조금이라도 좋아졌냐고요?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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